[시편(시) 111:1~6] 기억의 은혜 새벽예배 (2025.11.05)

2025. 11. 5. 09:17예배

[시111:1-6]
1 할렐루야, 내가 정직한 자들의 모임과 회중 가운데에서 전심으로 여호와께 감사하리로다
2 여호와께서 행하시는 일들이 크시오니 이를 즐거워하는 자들이 다 기리는도다
3 그의 행하시는 일이 존귀하고 엄위하며 그의 의가 영원히 서 있도다
4 그의 기적을 사람이 기억하게 하셨으니 여호와는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시도다
5 여호와께서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양식을 주시며 그의 언약을 영원히 기억하시리로다
6 그가 그들에게 뭇 나라의 기업을 주사 그가 행하시는 일의 능력을 그들에게 알리셨도다

할렐루야.
오늘도 이른 새벽 주의 전에 나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우리 하나님께서 크고 풍성한 은혜로 채워주시고,
또 저와 여러분의 모든 기도와 간구에
가장 좋은 것으로 응답해 주실 줄 믿습니다.

오늘 저는 ‘기억의 은혜’라는 제목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잠시 나누고자 합니다.

삼십 년 전쯤 신학교 다닐 때, 한 학기 어거스틴 신학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희에게 어거스틴 신학을 가르쳐 주시던 교수님은
아주 경건하고 신실하신 분이었고,
평생 어거스틴만 연구하며 살아오신 분이셨어요.
하루는 강의실에 들어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제가 이제 나이가 많아서 자꾸 깜빡깜빡해요.”
그리고는 웃으시며 덧붙이셨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증세가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게 뭔지 아세요?”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첫째는 기억력 감퇴예요. 깜빡깜빡하고 자꾸 잊어버려요.
둘째는... 음, 둘째는... 기억이 안 나네.
그럼 셋째로 넘어가죠. 셋째는... 아, 셋째도 기억이 안 나네.”
학생들은 웃었지만, 교수님은 진지하셨습니다.
우리가 배우던 과목은 어거스틴의 『고백록』이었어요.
그 책 10장은 ‘기억’에 대해, 11장은 ‘시간과 영혼’에 대해 다룹니다.
교수님은 그날 강의를 유머로 시작 하셨던 거예요.

우리는 어거스틴을 흔히 ‘은총의 신학자’, ‘은혜의 신학자’라고 부릅니다.
그는 세상의 학문과 쾌락을 좇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구원받고,
기독교 신학사에 큰 기틀을 세운 위대한 신학자가 되었습니다.
그가 지나온 인생을 은혜 가운데 돌아보며 쓴 책이 바로 『고백록』입니다.
1장부터 9장은 과거의 기록이고,
10장 이후는 미래와 소망, 영원에 관한 내용입니다.
11장에서 어거스틴은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는 기억 속에 있고, 현재는 직관하는 것이고, 미래는 소망하는 것이다.”
이 말은 기독교 신앙 전체의 시간관을 요약합니다.
과거의 은혜를 오늘로 끌어와 기억하며 살고,
미래의 영원한 생명을 오늘의 믿음으로 당겨 사는 것 —
그것이 신앙인의 삶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내게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믿음으로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시편 111편은 알파벳 시편이자 찬양 시편입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신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고,
그분을 경외하며 찬양하라는 내용입니다.
특히 4절과 5절에는 ‘기억’이라는 단어가 반복됩니다.
4절의 기억은 사람의 기억을 뜻합니다.
“하나님이 행하신 기적을 사람이 기억하게 하셨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
하나님이 내게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해야 합니다.
돌아보면 살아온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 중 가장 큰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죄와 사망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은혜입니다.

그래서 구약에서도 “기억하라”는 말씀이 반복됩니다.
“너희가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너희를
여호와 하나님이 구원하셨다.
홍해를 가르시고 구원하셨다.
바로의 압제에서 구원하셨다.
광야에서 먹을 것과 신발이 닳지 않게 하셨다.”
하나님은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시며
그분의 은혜를 계속 기억하라 말씀하십니다.
“내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
너로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시편 103편에서도 다윗은 고백합니다.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
그가 네 모든 죄악을 사하시며
네 생명을 속량하시고 인자와 긍휼로 관을 씌우시며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하게 하사
네 청춘을 독수리같이 새롭게 하시도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특히 죄 사함의 은혜는 은혜 중의 은혜입니다.
이 은혜만은 절대 잊지 말고
늘 기억하며 붙들고 살아가야 합니다.

찬송가 305장 ‘Amazing Grace’를 쓴 존 뉴턴은 말년에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이제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잊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나는 큰 죄인이었다.
둘째,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런 나를 구원하셨다.”
오늘도 그 십자가의 은혜,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기억하며 살기를 원합니다.

5절에 나오는 또 하나의 ‘기억’은
하나님의 기억입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언약을 영원히 기억하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억과 다릅니다.
우리는 잊고 왜곡하지만,
하나님은 신실하게 약속을 기억하십니다.
“내가 항상 너와 함께하리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고통받을 때,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하신 언약을 기억하셔서
그들을 구원하셨습니다.
우리의 구원과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한 언약 때문에
지금까지 지켜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기억에는 두 가지 신비가 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기억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회개할 때 그 죄를 도말하시고
다시는 기억하지 않으십니다.
또 하나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작은 일 하나까지
기억하시겠다는 것입니다.
냉수 한 잔의 사랑까지도 잊지 않으십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기억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억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셨기 때문에
그 은혜를 기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은 험하고 어렵지만
“주님이 나를 구원하셨다.
주님이 오늘도 나와 함께하신다.”
이것만 기억한다면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넉넉히 이길 수 있습니다.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뇌과학』에 보면
인간의 기억은 절대 객관적이지 않다고 합니다.
망각하고, 왜곡되고, 재해석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사람마다
고유한 개성과 인생의 철학이 만들어집니다.
어떤 이는 불행한 일을 불행으로 기억하기에 불행하고,
어떤 이는 어려움 속에서도 은혜로 기억하기에 행복합니다.
오늘도 내 삶을 돌아보며
“그때 하나님이 도와주셨지.
그때 하나님이 나를 지켜주셨지.”
이렇게 기억하는 사람은
지금도 은혜 가운데 살아갑니다.

마지막으로 시편 111편 4절을 다시 봅니다.
“그의 기적을 사람이 기억하게 하셨으니
여호와는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시도다.”
내가 기억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로 하여금 기억하게 하신 것입니다.
오늘 이 새벽, 기도할 때
드라마나 걱정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구원하셨지,
예수 믿게 하신 게 얼마나 큰 은혜인가”
그 생각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은혜를 주신 것입니다.
오늘도 그 구원의 은혜,
그 소망의 은혜,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그 은혜를 기억하고
믿음으로 나아가 승리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