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Re:)

2023. 7. 11. 01:35

"주님,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 (눅 11장) 이것은 제자들이 예수께 드린 간청이다. 이로써 그들은 스스로 기도할 수 없음을 고백한 셈이다... 기도는 충만한 마음이나 텅 빈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찾아 그분과 대화하는 것이다. 인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도하기 위해서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하다. (p9-10)

우리가 성경의 기도, 특히 시편을 낭송하면서 기도하고자 한다면, 시편과 우리의 관계가 아니라, 시편과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를 먼저 물어야 한다. 어째서 시편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시편을 함께 기도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지금 마음속으로 느끼는 바를 시편이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는다. 아마도 올바른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마음을 거스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의 기도가 무엇을 바라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서 어떤 기도를 받고 싶어 하시는가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춰 기도한다면, 그것은 단지 주기도문의 네 번째 간구만 아뢰는 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더 나은 것을 바라신다. 우리 마음의 빈곤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의 풍요함이 우리의 기도를 규정해야 한다. (p13-14)

누가 시편으로 기도하는가? 다윗이 기도하고, 그리스도가 기도하며, 우리가 기도한다. 여기서 우리란 시편의 풍요함을 온전히 낭송 할 수 있는 공동체 전체를 의미하고, 결국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공동체에 참여해 공동체의 기도를 함께 드리는 모든 개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윗, 그리스도, 공동체, 그리고 나 자신이 기도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 모든 것을 함께 숙고한다면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치기 위해 하나님이 걸어가신 놀라운 길을 깨닫게 될 것이다. (p20-21)

책 '성경의 기도서-시편개론', 디트리히 본회퍼, 복 있는 사람 (2023.1 초판 1쇄)